하루 시 한편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김소월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김소월
"가고 오지 못한다" 하는 말을
철없던 내귀로 들었노라
만수산을 올라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 고 하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내님의
무덤에 풀이라도 태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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