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 한편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시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 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반응형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와 둘이서/ 연두 시 (82) | 2023.03.24 |
---|---|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김남조 시 (51) | 2023.03.23 |
너를 위하여/ 김남조 시 (50) | 2023.03.22 |
4월의 노래/ 박목월 시 (10) | 2023.03.22 |
[하루 시 한편] 서시/ 윤동주 시 (45) | 2023.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