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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하루 시 한편> 승무/조지훈 하루 시 한편승무/조지훈 승무 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梧桐)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이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Buddhist dance Jo Ji.. 더보기
<하루 시 한편> 봄비/변영로 봄비/변영로 봄비 변영로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 아려-ㅁ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回想) 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탕 안에 자지러지노나! 아, 찔림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보니, 아, 나아가보니 -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銀)실 같은 봄비만이 노래도 없이 근심같이 내리노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더보기
<하루 시 한편> 나태주 행복 행복 행복 나태주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때 혼자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더보기
<하루 시 한편> 벗 하나 있었으면 벗 하나 있었으면 벗 하나 있었으면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더보기
[하루 시 한편] 그해 겨울의 산타클로스/ 이해인 하루 시 한편그해 겨울의 산타클로스 이해인 그해 겨울의 산타클로스 이해인 어려운 피난 시절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산타클로스의 선물 빨간 벙어리 장갑 고운 물방울 무늬 가득한 털스웨터 아버지와 생이별한 여섯 살 소녀에게 머리맡에 놓인 그 선물은 참으로 정겹고 아름다운 기쁨과 행복이었습니다 그 시절 산타클로스의 정체를 알게 된 지금 작은아버지를 뵐 때마다 내 마음의 창엔 따스한 불빛이 스며듭니다. 더보기
[하루 시 한편] 기도할 때 내 마음은/ 이해인 하루 시 한편 기도할 때 내 마음은 이해인 기도할 때 내 마음은 이해인 1 기도할 때 내 마음은 바다로 갑니다 파도에 씻긴 흰 모래밭의 조개껍질처럼 닳고 닳았어도 늘 새롭기만 한 감사와 찬미의 말을 한꺼번에 쏟아 놓으면 저 수평선 끝에서 빙그레 웃으시는 나의 하느님 2 기도할 때 내 마음은 하늘이 됩니다 슬픔과 뉘우침의 말들은 비가 되고 기쁨과 사랑의 말들은 흰 눈으로 쌓입니다 때로는 번개와 우박으로 잠깐 지나가는 두려움 때로는 구름이나 노을로 잠깐 스쳐가는 환희로 조용히 빛나는 내 기도의 하늘 이 하늘 위에 뜨는 해. 달. 별. 믿음. 소망. 사랑 3 기도할 때 내 마음은 숲으로 갑니다 소나무처럼 푸르게 대나무처럼 곧게 한 그루 정직한 나무로 내가 서는 숲 때로는 붉은 철쭉꽃의 뜨거운 언어를 때로는 하.. 더보기
[하루 시 한편]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하루 시 한편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 더보기
[하루 시 한편] 겨울 차창/ 나태주 하루 시 한편겨울 차창/ 나태주 겨울 차창 나태주 너의 생각 가슴에 안으면 겨울도 봄이다 웃고 있는 너를 생각하면 겨울도 꽃이 핀다 어쩌면 좋으냐 이러한 거짓말 이러한 거짓말이 아직도 나에게 유효하고 좋기만 한 걸 지금은 이른 아침 청주 가는 길 차창 가에 자욱한 겨울 안개 안개 뒤에 옷 벗은 겨울나무들 왜 오늘따라 겨울안개와 겨울나무가 저토록 정답고 가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