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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가을 시/김용택 하루 시 한편가을 가을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더보기
[하루 시 한편] 섬진강8/ 김용택 시/ 섬진강 시인 하루 시 한편섬진강8/ 김용택 시 섬진강 시인 섬진강8 김용택 달이 불끈 떠오른다. 첩첩산중 달 떠오르면 그대는 장산리 마을회관 술집을 나선다. 시린 물소리로 강물을 건너 갈대들이 곱은 손 들어 가리키는 어둔 산굽이 강길을 따라 끄더끄덕 걷는다. 내 친구, 서울에서 돈 못 벌고 중동을 다녀와도 어쩐지 우리는 못산다며 첩첩산중으로 못난 여자 데리고 검은 염소 몇 마리 끌고 돌아왔지 그대는 누구인가 내 친구, 소주 몇 잔 거나하게 걸치고 강길을 홀로 걷는 그대는 내 친구, 겨울 시린 달빛 강물에 떨어져 어는데 어둔 산밑 달그늘 속 담뱃불 빤닥이며 그대 여자 홀로 기다리는 깊은 산속으로 라면 몇 봉지 지게에 달고 서리 끼는 풀들을 밟고 헤치며 달빛 돌아오는 산굽이를 흥얼흥얼 돌아간다. 인생 쓴맛 단맛 다 본 .. 더보기
[하루 시 한편] 나를 위로 하는 날/ 이해인 하루 시 한편나를 위로 하는 날 이해인 나를 위로 하는 날 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 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실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더보기
[하루 시 한편] 커피 시인 윤보영 하루 시 한편커피 시인 윤보영 커피 시인 윤보영의 시입니다. 커피 윤보영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네요 아!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 좋은 사람 윤보영 나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좋다 나는,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좋다 나는, 커피를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더 좋다 그러나 가장 좋은 사람은 나와 함께 커피를 마시자고 하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이유 윤보영 너와 함께 마시고 싶은 커피 네 생각을 자꾸 나게 하는 커피 그리움을 자아내는 커피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커피 너는 커피를 좋아하고 나는 그런 너를 좋아하고 커피를 위한 기도 윤보영 커피 한 잔에도 마음을 가다듬고 의미를 부여하며 마시게 하소서 단순히 갈증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커피를 알아보게 하소서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 더보기
[하루 시 한편] 9월이 오면/ 정용철 하루 시 한편9월이 오면/ 정용철 9월이 오면 정용철 9월이 오면 잊고 지낸 당신을 찾아 집을 떠날 것입니다 그동안 내가 당신을 잊은 것은 당신을 떠나기 위함이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줄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9월이 오면 당신에게 편지를 쓰겠습니다 편지를 보내고 우체국 계단을 내려올 때 햇살 한 줌이 내 어깨에 내려와 말할 것입니다 "나는 알고 있어, 너의 사랑을" 9월에는 고통도 사랑인 줄 압니다 9월에는 이별도 사랑인 줄 압니다 9월에는 익어 가는 모든 것이 사랑인 줄 압니다 9월이 오면 당신은 그곳에 가만히 계십시오 내가 들판의 바람처럼 달려가 당신이 흘린 그리움의 눈물을 닦아주겠습니다. 더보기
[하루 시 한편] 커피 언제 마실까요 / 윤보영 하루 시 한편커피 언제 마실까요 / 윤보영 커피 언제 마실까요 윤보영 아침부터 커피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컵에 담긴 커피가 고개를 갸우뚱 거립니다. "왜 아침부터 커피를 마시지?" 궁금하다는 표정입니다 답도 없이 커피 잔을 들었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그대 생각을 꺼냈습니다 그제야 커피가 알았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짓습니다 그대와 함께 마시면 좋을 커피! 오늘도 커피가 그대 있을 자리에 있습니다 우리 언제 커피 마실까요? 더보기
[하루 시 한편] 8월의 시/ 오세영 하루 시 한편8월의 시 8월의 시 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8월의 시 #하루시한편 #오세영 더보기
[하루 시 한편] 하루 시 한편8월처럼 살고 싶다네 8월처럼 살고 싶다네 고은영 친구여 메마른 인생에 우울한 사랑도 별 의미 없이 스쳐 지나는 길목 화염 같은 더위 속에 약동하는 푸른 생명체들 나는 초록의 숲을 응시한다네 세상은 온통 초록 이름도 없는 모든 것들이 한껏 푸른 수풀을 이루고 환희에 젖어 떨리는 가슴으로 8월의 정수리에 여름은 생명의 파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네 무성한 초록의 파고, 영산홍 줄지어 피었다 친구여 나의 운명이 거지발싸개 같아도 지금은 살고 싶다네 허무를 지향하는 시간도 8월엔 사심 없는 꿈으로 피어 행복하나니 저 하늘과 땡볕에 울어 젖히는 매미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속에 나의 명패는 8월의 초록에서 한없이 펄럭인다네 사랑이 내게 상처가 되어 견고하게 닫아 건 가슴이 절로 풀리고 8월의 신록에 나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