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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하루 시 한편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향해 내.. 더보기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도종환 하루 시 한편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도종환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도종환 피었던 꽃이 어느 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비에 소리 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 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 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 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 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더보기
바다와 나비/ 김기림 하루 시 한편바다와 나비/ 김기림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우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승달이 시리다. 더보기
흰 장미/ 헤르만 헤세 하루 시 한편흰 장미/ 헤르만 헤세 흰 장미 헤르만 헤세 너는 죽음에 봄을 맡긴 채 입파리 위에 서럽게 얼굴을 괴고 유령 같은 빛을 숨 쉬며 창백한 꿈을 띠고 있다. 그러나 노래처럼 마지막 갸날픈 빛을 띠고 아직도 하룻밤을 상긋한 네 향기가 방안에 밴다. 너의 어린 영혼은 불안스럽게 이름 없는 것을 얻으려 애쓰다가 나의 가슴에서 웃으며 죽는다. 나의 누이인 흰 장미여. 더보기
오월의 신록/ 천상병 하루 시 한편오월의 신록/ 천상병 오월의 신록 천상병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 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더보기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하인리히 하이네 하루 시 한편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하인리히 하이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하인리히 하이네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의 마음 속에서도 사랑의 꽃이 피었어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모든 새들 노래할 때 나의 불타는 마음을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했어라. 더보기
먼 후일/ 김소월 하루 시 한편먼 후일/ 김소월 먼 후일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더보기
5월의 시/ 이해인 하루 시 한편5월의 시/ 이해인 5월의 시 이해인 ​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색 서정시를 쓰는 5월 ​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 은혜를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 ​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