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 한편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향해
내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반응형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날의 커피 /이해인 (41) | 2023.07.01 |
---|---|
가지 않은 길/로버트 프로스트 지음/ 피천득 역 (34) | 2023.06.25 |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도종환 (28) | 2023.05.28 |
바다와 나비/ 김기림 (23) | 2023.05.27 |
흰 장미/ 헤르만 헤세 (47) | 2023.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