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 한편
언덕/ 김광균 시
언덕
김광균
심심할 때면 날 저무는 언덕에 올라
어두워 오는하늘을 향해 나발을 불었다.
발 밑에는 자욱한 안개 속에
학교의 지붕이 내려다보이고
동리 앞에 서 있는 고목 위엔
저녁 까치들이 짖고 있었다.
저녁별이 하나 둘 늘어갈 때면
우리들은 나발을 어깨에 메고
휘파람 불며 언덕을 내려왔다.
등 되엔 컴컴한 떡갈나무 수풀에 바람이 울고
길 가에 싹트는 어린 풀들이 밤 이슬에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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