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 한편
나를 위로 하는 날
이해인
나를 위로 하는 날
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 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실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출처 이해인 시집.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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