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 한편
섬진강8/ 김용택 시
섬진강 시인
섬진강8
김용택
달이 불끈 떠오른다.
첩첩산중 달 떠오르면
그대는 장산리 마을회관 술집을 나선다.
시린 물소리로 강물을 건너
갈대들이 곱은 손 들어 가리키는
어둔 산굽이 강길을 따라
끄더끄덕 걷는다.
내 친구,
서울에서 돈 못 벌고
중동을 다녀와도 어쩐지 우리는 못산다며
첩첩산중으로 못난 여자 데리고
검은 염소 몇 마리 끌고 돌아왔지
그대는 누구인가
내 친구,
소주 몇 잔 거나하게 걸치고
강길을 홀로 걷는 그대는 내 친구,
겨울 시린 달빛 강물에 떨어져 어는데
어둔 산밑 달그늘 속
담뱃불 빤닥이며
그대 여자 홀로 기다리는 깊은 산속으로
라면 몇 봉지 지게에 달고
서리 끼는 풀들을 밟고 헤치며
달빛 돌아오는
산굽이를 흥얼흥얼 돌아간다.
인생 쓴맛 단맛 다 본 내 친구,
슬레이트 지붕
밧데리 불빛 깜박이는 산속으로 가는
그대는 누구인가
내 친구
<출처 : 김용택 시작,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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