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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하루 시 한편] 기도할 때 내 마음은/ 이해인










하루 시 한편

기도할 때 내 마음은
이해인



















기도할 때 내 마음은
                                 이해인





1

기도할 때 내 마음은 바다로 갑니다

파도에 씻긴 흰 모래밭의 조개껍질처럼 닳고 닳았어도

늘 새롭기만 한 감사와 찬미의 말을 한꺼번에 쏟아 놓으면

저 수평선 끝에서 빙그레 웃으시는 나의 하느님






2

기도할 때 내 마음은 하늘이 됩니다

슬픔과 뉘우침의 말들은 비가 되고

기쁨과 사랑의 말들은 흰 눈으로 쌓입니다

때로는 번개와 우박으로 잠깐 지나가는 두려움

때로는 구름이나 노을로 잠깐 스쳐가는 환희로

조용히 빛나는 내 기도의 하늘

이 하늘 위에 뜨는 해. 달. 별. 믿음. 소망. 사랑






3

기도할 때 내 마음은 숲으로 갑니다

소나무처럼 푸르게

대나무처럼 곧게 한 그루 정직한 나무로 내가 서는 숲

때로는 붉은 철쭉꽃의 뜨거운 언어를

때로는 하얀 도라지꽃의 청순한 언어를 피워 내며

한 송이 꽃으로 내가 서는 숲

사계절 내내 절망을 모르는 내 기도의 숲에 서면

초록의 웃음 속에 항상 살아 계신 나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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