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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하루 시 한편] 서시/ 윤동주 시 하루 시 한편서시/ 윤동주 시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더보기
가을날/ 릴케 시 하루 시 한편가을날/ 릴케 시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긴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막바지의 열매들을 영글게 하시고, 하루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베푸시어, 영근 포도송이가 더 온전하게 무르익게 하시고, 짙은 포도주 속에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해주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내일날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낙엽이 떨어져 뒹굴면,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더보기
이방인/ 샤를 보를레르 하루 시 한편이방인/ 샤를 보를레르 이방인 샤를 보를레르 너는 누구를 가장 사랑하는가? 말해보라, 수수께끼 같은 사람이여 너의 아버지인가, 아니면 형제자매인가? 나에게는 부모도 형제자매도 없다 그러면 너의 친구인가? 지금 너는 뜻조차 알 수 없는 낱말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너의 조국인가? 그것이 어느 위도에 자리 잡고 있는지도 나는 모른다 그러면 아름다운 여인이란 말인가? 아, 만일 불멸의 여신이라면 나는 그를 사랑할 수 있으련만 그렇다면 돈이란 말인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그것 마치 네가 신을 미워한고 있는 것처럼 그렇다면 너는 무엇을 사랑하는가? 세상에서도 귀한 에트랑제여! 나는 저 구름을 사랑한다...... 저 부지런히 흘러가는 구름을 사랑한다 ....보라, 다시 보라..... 저 불가사.. 더보기
노을/ 연두 시 하루 시 한편노을/ 연두 시 노을 연두 하루를 힘쓰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붉은 노을을 본다 마음의 여유 한귀퉁이에 눈으로 마음으로 꾹꾹 눌러 담는다 살다가 고되게 느껴질 때 가끔 꺼내보면 위로가 될 거 같아서 오늘 아름다운 노을은 하루 애쓴 나를 위한 위로다 길게 널어트린 햇살 조각은 나에게 쏟아붓는 나의 사랑이다. 더보기
못잊어/ 김소월 시 하루 시 한편못잊어/ 김소월 시 못 잊어 김소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우리다. 그러나 또 한편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더보기
금잔디/ 김소월 시 하루 시 한편금잔디/ 김소월 시 금잔디 김소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임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산천에도 금잔디에 더보기
그 여자네 집/ 김용택 시 하루 시 한편그 여자네 집/ 김용택 시 그 여자네 집 김용택 가을이면 은행나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집 해가 저무는 날 먼데서도 내 눈에 가장 먼저 뜨이는 집 생각하면 그리웁고 바라보면 정다웠던 집 어디 갔다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 속에 깜박깜박 살아 있는 집 그 불빛 아래 앉아 수를 놓으며 앉아 있을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오는 집 살구꽃이 피는 집 봄이면 살구꽃이 하얗게 피었다가 꽃잎이 하얗게 담 너머까지 날리는 집 살구꽃 떨어지는 살구나무 아래로 물을 길어오는 그 여자 물동이 속에 꽃잎이 떨어지면 꽃잎이 일으킨 물결처럼 가 닿고 싶은 집 샛노란 은행잎이 지고 나면 그 여자 아버지와 그 여자 큰오빠가 지붕에 올라가 하루 종일 노랗게.. 더보기
오월/ 피천득 수필 오월/ 피천득 수필 오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