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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도종환 시 <흔들리며 피는 꽃> 하루 시 한편 도종환 시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더보기
김춘수 <꽃> 하루 시 한편 김춘수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더보기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시 하루 시 한편 김영랑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더보기
유치환 시 / 행복 하루 시 한편 유치환 시/ 행복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 더보기
한용운 시 <인연> 하루 시 한편 한용운 시 인연 한용운 정말 사랑하고 있는 사람 앞에서는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리입니다. 잊어야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땐 잊었다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가 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그 만큼 그 사람을 못 잊는 것이요 그 만큼 그 사람과 사랑했다는 것이요.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초이며 이별의 시달림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가다가 달려오면 사랑하니 잡아달라는 것이요 가다가 멈추면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것이요 뛰다가 전봇대에 기대어 울면 오직 당.. 더보기
윤동주 시/ 별 헤는 밤 하루 시 한편 별 헤는 밤 - 윤동주 시 별 헤는 밤 윤동주 季節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來日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靑春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追憶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憧憬동경과 별 하나에 詩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小學校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佩패, 鏡경, 玉옥 이런 異國少女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더보기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 하루 시 한편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 샷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 더보기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이해인 시 하루 시 한편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이해인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신뢰와 용기로써 나아가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월의 보름달만큼만 환하고 둥근 마음 나날이 새로 지어먹으며 밝고 맑게 살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너무 튀지 않는 빛깔로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서는 이웃 그러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뜨거운 진실로 앞서는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랜 기다림과 아픔의 열매인 마음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화해와 용서를 먼저 실천하는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롭게 이어지는 고마움이 기도가 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 지루함을 모르는 "기쁨의 사람"이 .. 더보기